고향길

by 유희종 posted Sep 0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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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막내가
들판에 허수아비로 남아
농사꾼이 된 고향마을

보일러기술자 박서방 따라
눈물 졸졸 흘리며
서울로 시집간 지
삼 년만의 친정 나들이

주름 하나 더 느신
친정아버지가
소달구질 몰고
마중을 오셨다

손주놈 깨져라 안고
흥취하신 아버진
이랴 이랴 끌끌
말채찍을 날려
길을 재촉하시고

누르스름한 옥수수껍질이
한무덤 산을 이룬
친정집 마당을 들어서면

쪼그랑 할머니 되신 어머니가
맨발로 뛰어나와
눈물부터 흘리셨다

처녀적-
모깃불에 잠들던 평상에선
빠알간 고추들이 대신
낮잠을 자고

짚다발 엉성한 초가 위에
조달대는 참새 한 쌍
늘 보던 놈인 듯 한데

난쟁이 같은 굴뚝에선
연기만 모락모락---

촌놈출신이어서 일까요?
얼마 전 벌초하러 남원에 갔다 왔는데
자꾸만 옛생각이 떠올라 쏘주 한 잔 안 걸칠 수가 없었습니다.
요천수 맑은 물에서 멱감으며
요즘 말로 "아무 생각 없었던" 그시절이
마냥 그립습니다.